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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Zhivago를 읽으며 윤현남 (공대 64) -2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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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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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Boris PasternakDr. Zhivago를 재미나게 읽었다읽기 시작한 동기는 작년 가을 NY Times Book Reviews에서 이 책을 비롯한 러시아 작가들의 명작들이 60-70년대의 미국인의 의식에 준 영향에 관한 수필을 읽었다나도 60년대 한국에서 자라면서 이 책을 심취해서 읽었고 또 영화에도 감명받은 것이 기억났다그리고 10대 말에 느꼈던 감상과 이제 50년도 더 지나서 느낄 감상을 비교해보면 내 감성과 의식의 변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읽기 시작했다.

Dr. Zhivago20세기 초반의 러시아 시인인 저자의 유일한 장편 소설로 1958년 노벨문학상에 선정되었으나 소련정부의 강력한 압박으로 수상을 사양해야만 했던 작품이다의사이며 시인 Zhivago, 그의 연인 Lara, 그리고 많은 주변 인물들이 20세기 초 러시아 공산혁명, 내전, 공포 정치, 기근으로 계속되는 혼돈 속에서 인간성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11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의대생 지바고는 라라를 처음 본다.  17세 소녀 라라가 자신을 유린한 스폰서인 코마로브스키를 총으로 쏘는 모습이다이 후 정치적 불안과 일차대전의 시작으로 러시아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공산혁명과 내전으로 이어져 간다라라는 학교 졸업 후 이웃 친구인 파샤와 결혼하고 Yuriatin이란 시골에 교사로 부임한다지바고는 의대를 마치고 오랜 친구인 토냐와 결혼한다

두번째 만남은 5년이 지나 시베리아의 야전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원으로 이다공산혁명에 약간은 호의적이었던 지바고는 군의관으로 자원하고, 라라는 군대에 간 남편이 시베리아에서 행방불명이 되자 그를 찾으려 전방에 왔다 병원에서 일하게 된다전쟁의 혼란 속에서 둘은 동료로 또 얘기 상대로 가까이 지낸다임기가 끝나 라라는 Yuriatin에 돌아가고 지바고는 극화되는 전쟁의 참상 (탈영병의 학살, 폭동)을 직접 경험한다제대 후 모스크바로 돌아온 지바고는 모든 질서는 파괴되고, 만연하는 기근 속에서 가족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Yuriatin 인근의 Varyanko 동네의 시골 농장으로 피난한다.  

세번째 만남은 Yuriatin 도서관에서 운명처럼 서로 만나고 (첨부 사진 1)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어느 날 Yuriatin에서 라라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서 지바고는 의사를 필요로 하는 반란군에 납치당한다.  2년의 납치 끝 한겨울에 탈출하여 두 달을 설원을 걸어서 집에 돌아온다하지만 가족은 프랑스로 이주해 버린 후였다빈사 상태의 지바고를 라라가 발견하고 건강을 회복시키고 그들의 bliss로 가득한 삶이 한 해 동안 지속된다어느 날 코마로브스키가 나타나 라라의 전 남편 파샤가 인민의 적으로 몰렸고 공산군이 라라를 체포하러 곧 올 것이라며 자기가 라라, 지바고  그리고 딸을 시베리아 동쪽 끝으로 피신시켜 주겠다 제안한다지바고는 가족 소식을 알아보고 합류하겠다고 라라를 설득하여 떠나보낸다 (사진 2).  신경쇠약 상태로 모스크바로 돌아온 그는 수년 후 어느 날 전차에서 길에 라라같은 여인의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황급히 쫓아가다 길에서 심장마비로 죽는다.

나는 Dr. Zhivago를 대학 1년 여름 방학 말 무료한 중 앞표지도 없는 청계천 판으로 읽었다.  1960년대 군사 정부 시절에는 적성국가의 책은 내용이 어떻던 엄격히 금지되어 유명한 책은 중고 책방 주인이 일본판을 중역해서 앞 페이지도 없이 팔았다그 때 인상은 혁명, 내란의 참혹한 혼란 속에도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 있구나.’ 정도이였다.  4학년 때 할리우드 영화에서 끝없이 광활한 시베리아 설원, Julie Christie의 도전적 인상이면서도 순수한 아름다움, Omar Sharif의 무기력할 정도의 진지함을 보고 슬픈 사랑의 romantic한 인상이 굳어져 버렸다나이도 어렸고, 나라 문 밖도 못 나가 본 좁은 견문 또 러시아 혁명의 역사를 배우는 것은 엄두도 못 내어 본 내게는 그런 인상이 고작이었다.   “사랑 얘기 만으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나?”는 의문도 들었지만 나이 들어 다시 읽을 책 목록에 넣어 벼렸다

55년 후 새로 번역된 영어판으로 읽으니 마치 다른 책을 읽는 것 같다. 첫번째 인상은 소설의 소박하다 할 정도의 단순한 문체였다유명한 시인의  노벨상 작품이니 눈부실 만큼 화려한 서술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커다란 감정의 기복도 없이 조용한 목소리로 잔잔하게 옛 얘기해주는 것 같은 문체가 신기했다영화에서의 화려하고 romantic한 전개보다는 커다란 혼란 속에 끌려들어간 보통 사람들의 얘기를 하려면 이렇게 조용하게 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이 얘기를 온 세상 사람을 사로잡은 웅장한 드라마로 만든 것은 큰 목소리, 현란한 논리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들이다아름답고, 사랑이 가득한 라라는 지배 계급에 유린되면서도 인간미를 지키며 살아나가는 러시아 사람의 상징이고, Dr. Zhivago는 삶의 모든 것을 지성과 합리로 이해하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급격한 변화, 예측도 control도 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 사이에서 진실을 외면하지 못하는 러시아의 지성인을 대표하고, 그리고 파샤는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사회를 바꾸러 옛 질서를 모조리 파괴하고, 새로운 인간들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 하지만 결국은 인간성이 말소돼 버리고 마는 이념주의자이다

Pasternak는 공산주의, 전체주의를 긍정하지 못해 소련 정부로부터 많은 핍박을 받았다그는 커다란 이념을 성취하기 위해 인간의 본질마저 재구성하려는 혁명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그의 저항은 공산당의 해결사가 된 파샤를 이렇게 기술한다. “그의 사고는 놀랄 만큼 명확했다. 하지만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기에는 예측치 못한 발견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없었다. 그는 원칙대로만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이란 원래 커다란 원칙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특별한 경우에 자그마한 선한 일을 하는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어릴 때부터 그는 가장 똑똑하고, 가장 높은 위치를 얻기 위해 온 노력을 다 했다그는 삶이란 규칙을 정직하게 지키며 완벽을 성취하기 위해 무한히 경쟁하는 것이라 믿었다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움직임에도 자신의 사고관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오랜 동안 고민과 분노 끝에 이념이 사람보다 중요하고, 사람을 개혁하든지 아니면 제거해야 한다.’고 믿기 시작했다.”

이번 읽으면서는 지바고의 사랑-수난과 희생-부활로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애서 Pasternak의 깊은 신앙심을 보았다아무리 세상이 뒤 바뀌고, 고난과 시련으로 꽉 차 있어도 매일의 삶 속에 여전히 신의 질서가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말한다.  PasternakDr. Zhivago를 통해 주려는 메시지는, 예수님이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사람을 사랑하고, 자신을 희생하여 그들을 구원하는 사명을 이룩한 것과 같이 사람들도 매일의 일상에서 시련을 견디고, 진실하고, 사랑하고 그리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이 우리가 구원을 받고 또 구원을 주는 길이며 그것이 바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준 사명이라는 호소인 것 같다

책의 마지막 ChapterDr. Zhivago의 시 모음이다그 중 Hamlet이란 시가 Pasternak의 메시지를 잘 명료하게 전해준다. 몇 구절만 인용하면,  

“….

Abba Father, if only it can be,

Let this cup pass me by.

 

I love the stubbornness of your intent

And agree to play this role

But now a different drama’s going on

Spare me, then, this once,

 

But the order of the acts has been thought out,

And leads to just one end.

I’m alone, all drowns in pharisaism.

Life is no stroll through a field.”

 

 


This topic was modified 3 months ago 2 times by 김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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