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인 T. S. Eliot는 4 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시인은 11월을 영국 사람들이 “목을 매는 달”이라는 섬찍한 말을 하였습니다. 영국 사람들은 11월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창문을 열면 검으스름하고 우중충한 하늘, 비는 툭하면 주룩주룩 내리고 ... 단풍이 찬란한 10월을 차라리 두 번 치르고 바로 12월로 넘어가고 싶은 달이라고 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어정쩡한 달입니다. 차라리 12월이 되어 눈부신 백설이 햇빛에 반짝이는 겨울이 빨리 왔으면 하는 달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을 1시간 늦추다 보니 생활의 리듬이 깨졌습니다. 새벽 5시면 아침을 시작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몸에 밴 시간이라 잠을 깨어보면 아직도 4시입니다. 도로 들어가 잘 수도 없고 ...
그런데 이런 가운데서도 요즘 고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은 SAT 등 여러 시험에 불안하고, 대학교 졸업반 학생들은 불투명한 미래때문에 더욱 어두컴컴한 달입니다.
어느 학생이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해답을 찾을 수가 없어서 답안지에 “이 문제의 해답은 하느님 밖에 모를 것 같습니다.”라고 시험지를 제출했는데, 돌아온 시험지에 “하느님은 A, 너는 F”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한 만화에는 어느 부부가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둘이 같이 심판대에 섰는데, 오른쪽은 지옥, 왼쪽은 천상, 그런데 남편의 말이 “당신은 어느 쪽인지 알겠어.”하면서 이상하게 히죽되는데 그 아내의 얼굴 표정은?
요즘 저는 대학교 졸업반 학생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모두가 11월 같은 기분입니다. 대학교 강의는 거의 끝났고 졸업장은 좀 기다려야 합니다. 학교 다닐 때 A+ 받았다고 깃발처럼 흔들어도 어느 회사나 직장에서 아랑곳도 안 합니다. 부모 밑에서 떠나 자니, 경제력이 없고, 학교 교사 자리를 구해보니 교사자격증이 없어 보조교사라도 되면 월급은 거의 용돈 정도 ... 몇몇 학생들이 한국, 태국, 월남 등지로 영어교사로 떠나 좋은 경험도 쌓고 견문을 넓히겠다고 합니다. 이들의 신청서를 받고 모든 절차를 대행해주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이렇듯 11월은 모든 것이 불분명하고 불안한 달입니다. Thanksgiving이라고 가족들이 모인다고 별로 달갑지 않은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11월이여, 빨리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