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명한 소설가 서머세트 모옴 경이 80세가 되던 해에 기자들과 청중을 대상으로 인생에 대한 심오한 교훈적인 말씀을 하리라 기대하며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한 기자가 “모옴 경, 늙어서 특히 좋은 점이 무었이 있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한동안 눈을 껌벅껌벅 하더니 이윽고 “늙어서 좋은 점은 아무것도 없네요” 하였습니다.
요즈음 노인들을 홀대하고 심지어 학대한다는 현상이 왜 한인들 사이에서 유난히 회자되고 있는지 사회심리학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노인들 스스로 가슴 시린 농담일지라도 지나치게 자조적이고 자학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인간관계가 냉혹하기로 알려진 뉴욕에서 한번도 식당의 뒷자리로만 가라느니, 들어오지 말라는 경험은 한적이 없습니다. 작년에는 눈이 많이 쌓인 날 의사와의 약속이 돼 있어서 천천히 걸어가는데 한 백인 청년이 가까이 오더니 한 팔을 내밀면서 자기 팔을 잡고 걸으라고 하며 도와주었고, 그 후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우선 70대에서 80대의 노인층은 남자분들 보다 여자분들이 숫적으로 훨씬 많습니다. 내가 아는 한에는 많은 여자분들이 성향이나 능력에 따라 갖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시나 수필을 써서 발표하고 교회나 지역사회에서 봉사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십니다.
나의 경우에도 우선 건강을 위해 좀 불편하더라도 매일 걷습니다. 무었보다 두뇌를 써야하기 때문에 하루에 서너시간씩 독서를 합니다. 그리고 동네의 도서관에 있는 북클럽(독서모임)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북 클럽에는 40여 명의 회원들이 모두 책 벌레들인데 전부가 백인이고 저만 비 백인입니다. 나는 다행히 미국 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미국 문학 강의를 30여 년 하였기 때문에 이 모임을 마음껐 즐기고있고 서점에서 작가들이 하는 독자와의 대담 시간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나 한국문화원의 좋은 프로그램도 가고요. 북크럽은 한달에 한권씩 읽고 모여서 그 책에 대한 토론을 자유롭게 하는데 요즈음은 어디서나 참고 자료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회원들이 공부를 많이 하고 모입니다. 2019년의 독서 목록이 이미 결정이 되었습니다. 목록에 오르는 책은 미국 작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작품들 (영어로 쓰였거나 번역된)입니다 특히 한국 작가의 작품이 번역되어 독서 목록에 오르면 저는 반갑게 토의를 이끌어 가기도 합니다. 저의 나이가 나이니만큼 손주들이 다 컷습니다만 모두 어릴때부터 늘 책을 선물로 주었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그런
데 아직 나이 어린 막내 손녀가 특히 저의 가슴을 따듯하게 해 주었습니다. 저의 올해 생일에 상업적으로 만든 카드가 아니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습니다. 그림은 머핀 두 개를 그리고 그중 하나에 달콤한 프러스팅을 잔뜩 얹었습니다. “할머니는 엄마와 같은데 더 달콤한 프러스팅을 얹은거라고” 하였습니다. 할머니인 내가 달콤한 컵케익 같다는 손녀가 있으니 앞으로 2019년을 열심히 살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