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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니라 - 최진영 (문리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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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니라 - 최진영 (문리55)-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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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필
(@keiusaincgmail-com)
Member Admin
Joined: 12 months ago
Posts: 61
Topic starter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풀 꺾이고 설날도 훨 씬 지났지만 어쩐지 마음 속에 아픔처럼 남아있는 미진한 마음은 미국에 살고 있는 한 국 사람들이 느끼는 일종의 향수 같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수십년을 살면서 아이들과 손주 들까지 영어로 말하고 바쁠 때는 texting 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추석과 설날에는 직장에서 퇴근하는 길에 떡을 사 들고 오고, 설날에는 “엄마 세배하러 갈게 요.” 하고 texting을 할 정도로 지키려 한다는 것이 가상하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이 자기가 익숙한 문화 환경 속에서 사는 것이 편하듯 옛 한국이 가난할 때 광부로 간호사로 독일로 갔던 사람들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 한국으로 돌아와 독일마을을 만들어 살고 있듯이, 비록 문화 환경이 익숙하다 하여도 결국 한국에 돌아와 새마을을 만드는 것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미국에서 수십 년을 살았고, 남편과 제가 한국에서 몇년 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아이들이 외국인 학교에 다녔는데, 미국인이고, 영어가 모국어인 데도 한국 얘기만 나오면 “엄마, 오늘 New York Times에 난 한국기사 보셨어요.” 하고 번갈아 texting을 합니다. 한편 아직도 역이민을 하시는 분들, 때마다 향수에 젖어 안타까운 분들도 계십니다. 저도 내가 있는 자리가 어떠한 자리인가 하고 생각에 잠길 때가 있습니다. 특히 먼 훗날 우리 손주들이 한국을 모르는 사람들과 결혼하여 그 아이들이 지금 각지에서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미국으로 오게 되었으며, 어떤 일을 하였는지 알고 싶어 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살아있는 역사를 수집하고, 기록 과 영상을 보관하는 일이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저도 인터뷰 요청을 받고 모 든 질문에 대한 자세한 답과 기록과 영상을 남겼습니다. 모든 인터뷰는 영어로 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경험을 하면서 구상 시인의 “꽃 자리니라”는 시가 떠올라 여기에 적습니다. 비록 미국, 한국, 독일, 어느 곳에 정착하여 살던지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 여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곧 “꽃자리”라는 것입니다.

 

“꽃 자리”
시인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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