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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홍종만 -2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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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필
(@keiusain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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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ned: 1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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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가장 먼저 순교하신 **성 야고보(산티아고)**는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야고보는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후 서쪽으로 선교를 떠나 현재의 스페인 지역에서 복음을 전파했고, 이후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헤롯왕에 의해 순교하셨습니다. 그의 유해는 후에 스페인으로 옮겨졌고, 유해가 안치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는 대성당이 세워졌습니다. 이곳은 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예루살렘과 함께 유럽 3순례지로 손꼽히며 수많은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중 가장 잘 알려진 코스는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여 나폴레옹 루트를 따라 피레네 산맥을 넘는 **780km의 프랑스 길(Camino Frances)**입니다. 저희 Golden Club의 이강홍, 조상근, 윤상영 회원님께서 수년 전 각기 다른 시기에 한 달 여에 걸쳐 이 길을 완주하며, 굳건한 의지와 인내심을 보여준 바 있읍니다.

80대에 접어들면서

올해 80대에 접어든 저와 두 명의 오랜 등산 친구가, 60대 중반의 경험 많은 은퇴 의사 친구를 앞세워, 네 명이 순례길의 1/3 구간인 268km 11동안 걷기로 했습니다.
예전같이 무거운 배낭을 매고 등산은 하지 못하지만 나이에 걸맞는 산행 패턴을 찾아보고 싶었던  저희의 이번 순례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뜻깊은 여정이 되었습니다.

순례길은 신앙적인 이유로 찾는 종교적 순례자뿐만 아니라,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탐구하는 이들, 개인적인 성장과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이들, 장거리 트레킹을 즐기는 스포츠형 참가자,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류를 원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저희는 함께 걸으며 "Buen Camino(부엔 까미노)!"라는 격려의 말을 주고받으며 금세 친구가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자전거, 모페드, 모터사이클을 이용하는 순례자들도 많이 보였고, 여러 명 그룹이 아닌 혼자 걷는 분들도 자주 만났는데, 그 중에는 홀로 걷는 한국 여성분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짐은 가볍게, 마음은 풍요롭게

처음 순례길을 시작할 때는 어떻게 짐을 줄여 배낭 무게를 12파운드( 5.4kg) 이하로 할 것인가 고민했는데, 막상 걷기 시작하면서 입은 옷에 더해 양말, 팬츠, 셔츠, 바지, 가벼운 잠바 하나씩만 남기고 나머지는 우체국에 들러 주말에도 문을 여는 산티아고 우체국으로 부쳤습니다. 덕분에 훨씬 가벼운 발걸음으로 순례길을 걸을 수 있었고, 또 많이 걸으면 발에 물집이 생길까 걱정했는데 아침저녁으로 크림을 바르고 마사지를 열심히 했더니 큰 불편 없이 걸을  수 있었습니다.

순례길의 리듬: 걷고, 먹고, 쉬고

하루 평균 25km 정도를 걸었습니다. 아침 7시경 숙소인 알베르게(Albergue)를 출발하여 한두 시간(4~8km) 걷다가 시골길 카페에 들러 커피, 주스, 사과, 빵 등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다시 서너 시간(12~16km)을 걸은 후 식당에서 푸짐한 점심 식사를 하고, 한 시간 정도 더 걸어 예약 또는 예정했던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가 되지요. 잠자리를 정하고 샤워를 한 후 휴식을 취하며 피로를 풀고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저녁 식사는 '품질로 사랑받는 스페인 와인의 자존심'이라는 리오하(Rioja) 레드 와인이나 '가볍고 청량한 맛'으로 스페인 요리와 잘 어울리는 에스트렐라 갈리시아(Estrella Galicia) 맥주를 곁들여 스페인 음식을 즐겼습니다. 순례길 위에서 맛보는 스페인 음식은 단순한 끼니를 넘어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는 즐거움이자, 함께 걷는 친구 들과의 교류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상징과 맛의 향연

전설에 따르면 성 야고보의 유해를 실은 배가 스페인 북서 해안에 도착했을 때 조개껍질로 덮여 있었다고 합니다. 이 조개껍질은 성 야고보의 상징이 되었으며, 과거 순례자들은 산티아고에서 조개껍질을 가져와 귀향길에 자신의 순례를 증명하는 표식으로 사용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이 되어 순례길을 걷는 동안 배낭 등에 조개껍질을 달고 다니며 순례자임을 나타내고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조금 큰 마을을 지나게 되면 즉석에서 삶아주는 문어 요리(Pulpo a la Gallega), 얇게 썰어낸 5J 하몽(도토리 사료로 자연 방목한 이베리코 돼지의 넓적다리), 그리고 신선한 스캘럽 요리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순례길은 단순히 걷는 길 뿐만 아니라 오감을 만족시키는 미식의 여정으로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템플 기사단의 흔적과 역사의 숨결

또한, 폰페라다 지역에서는 높은 성곽으로 둘러싸인 **템플 기사단의 성(Castle of the Templars)**을 지나게 됩니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의 배경이 된 12세기 템플 기사단의 요새였음을 알게 되었고, 로버트 랭던이 다양한 상징과 암호를 해독하며 역사적 음모를 파헤치는 긴장감 넘치던 모험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순례길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길로서, 그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와 같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단순함 속에서 찾은 평화

바쁘고 번잡한 TV, 신문, 컴퓨터 등과 거리를 두고 먹고, 자고, 걷고, 쉬는 단순한 생활을 열흘 이상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 산티아고에 내일 아침이면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도 7시에 출발하여, 10시에 순례자 사무소(Pilgrim's Reception Office)에서 콤포스텔라(Compostela, 공식 인증서)를 발급받고, 12시에 순례자들을 위한 대성당 미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마드리드로 이동하여 리오하 와인과 스페인 고급 요리를 즐기며 귀국 전야를 자축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평화로웠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장하는 값진 경험을 얻었습니다.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싶은 분들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This topic was modified 3 months ago by 김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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